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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90816-22제주도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 두번째 이야기[2009년 8월 18일]


4. 셋째날[2009, 08, 18]

 제주도에서 셋째날, 라이딩을 시작한지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어제 무리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방바닥이 나를 잡아 끌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첫 숙소인 해성민박집에서 나와 천제연 폭포로 향했다. 아침부터 해가 뜨겁다. 뜨겁다 못해 지글지글 끓는다. 오늘도 걸죽한 아스팔트위에서 고난의 행군이 예상된다. 중문에 볼거리가 많다고 했으니 우선 기대를 해본다. 천제연폭포로 가는 길에는 나를 괴롭히는 계단이 정말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 100km가 넘는 거리를 달린 내 허벅지는 계단을 매우 싫어 하고 있었다. 후들후들 거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천제연폭포는 보고 가야지 하고 뚜벅뚜벅 계단을 밟는다. 천제연 1단폭포에 가니 물이 말라서 폭포는 없다. 3단콤보로 이루어진 천제연폭포의 1단은 물이 없을땐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좀 아쉽긴 했지만 2,3단을 기대해본다.  물색깔이 정말 오묘하다. 짙은 남색의 투명한 물빛에 빠져들것만 같다. 왠지 귀신이 쓰윽하고 올라와서 나를 끌고 들어 갈 것 만 같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색깔을 드리운 물빛이 참 아름다웠다.  

 천제연폭포에서 기념촬영, 원래 뒤로 폭포가 있다고 한다. 상상에 맡겨둔다.

 아름다운 천제연폭포의 물빛,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았다.

 

이제 2단으로 가보자. 설마 2단도 없진 않겠지. 계단을 다시 올라가 반질반질 잘 닦여진 현무암길을 걸어간다. 또 계단이다. ㅠ 주르륵하고 내려가니 다시 올라올일이 걱정이다. 2단폭포를 향해 깊게 내려가지 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귀속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솨아아아 하고 소리가 들린다. 2단 폭포는 제법 물이 많은 가보다. 아주 시원하게 물줄기가 무서진다.

 

 천제연 2단폭포

 석원군의 기념 촬영

 나 역시 기념촬영, 세수만 간단하게 하고 나와서 머리가 떴다.

 

마지막 3단으로 가보자. 3단폭포는 아래까지 내려갈 수가 없고 위에서만 볼 수 있었다. 어제 계속해서 업힐을 할 때 알아봤지만 중문단지는 지대가 약간 높은 편인것 같다. 어제 라이딩 마지막에 상당히 많은 거리를 다운힐 했음에도 저 아래로 내려가야 폭포가 있었다.

2단폭포에서 한 장 더 찍고

 이것이 천제연 3단콤보의 마지막이다.

 이제 여길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어딜가나 업힐이다.

 

천제연폭포를 보고 나서 늦은 아침을 찾는다. 관광지이다 보니 어떤 식당이 맛있는지도 모르고 값도 모르기 때문에 여행 내내 밥먹기가 까다로웠다. 해성민박 근처에 가서 100가지 메뉴가 가능한 정체불명의 식당에 들어간다. 나는 냉콩국수를 먹었고 석원이는 뭘 먹었더라....

 고소하고 시원한 냉콩국수

 

 늦은 아침으로 내 배안에 계신 그분을 대충 달래주고 민박집으로 들어가 짐을 챙겼다.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로 주상절리와 중문해수욕장을 선택했으니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석원이와 나는 우선 관광종합안내소를 들리기로 했다. 관광안내소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안내책자 몇개를 가방에 밀어 넣고 작렬하는 해를 맞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첫째날 마치 런닝머신같이 끝이 없던 기나긴 업힐을 해서 그런지 아직도 내리막이 많이 남아있다. 쭈욱 내려가 하야트호텔까지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렸다. 하야트 호텔 뒤를 지나 해안절벽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다가 시야를 탁트여준다. 그러나 이쪽길은 자전거로 갈 수가 없는 길이었다. 사진 한장을 찍고 다시 아까 그 시원하게 내려온 언덕을 투덜거리며 다시 오른다. 올라가는 언덕은 매우 뜨거원다. 원래는 주상절리도 보고 중문해수욕장에서 좀 쉬어갈까 했지만 중문해수욕장이 해안절벽 아래에 있고 주상절리도 그냥 먼발치에서 보이기에 그냥 보고만 왔다.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들러야 할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이런것이다. 관광지를 너무 설렁설렁 지나쳐 버렸다.

 

 하야트호텔 아래에서 바라본 중문해수욕장쪽 해변, 중문에서의 사진도 이게 마지막이다. ㅋ

저 멀리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어렴풋이 보인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올라와 아스팔트를 굴려 달린다. 날씨가 정말 뜨겁다. 얼굴이 더 타는걸 막기위해 미라처럼 얼굴을 칭칭 감았더니 내 폐가 반쪽이 난것처럼 헥헥거리고  땀구멍에선 용천수가 콸콸 흘러나온다. 그래도 타는 것 보단 나으니까 꾹 참고 간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지나 아프리카 박물관으로 향한다. 평소 아프리카에 관심만(?) 많았던 나였기에 아프리카 박물관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여기는 아프리카 박물관,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중 세계에서 가장큰 젠네대사원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외관부터가 독특해 흥미가 생긴다.

※ 젠네 대사원: 말리공화국의 젠네 대사원(Djenne Grand Mosque)은 흙으로 지어진 건물중 세계 최대 규모이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이슬람사원이다.

 아프리카 전통 조각상 앞에서 석원군 포즈 취하는 중

 사진가 김중만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촬영에 관한 TV프로그램도 볼수 있는데

그건 잠깐 보고 있는 동안 나도 아프리카에 가서 사진찍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도 떠나고 싶다.

 아주 다양한 아프리카 가면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 쓰고 다니면 목디스크 걸릴 것 같은 사이즈

 제단이다. 이 위에 무엇을 놓고 신께 빌었을까?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시원하게 음료수 한잔 마시고 다시 박물관을 나섰다. 젠네대사원의 모습을 그대로 한 박물관을 뒤로 보자 뭔가 모를 아쉬움이 진한 한숨으로 터져 나왔다. 나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모기가 엥엥 거리 듯 내 머리속을 빙빙돈다. 이제 우리는 중문을 떠나 서귀포로 향한다. 그 전에 석원군의 빨갛고 따가운 다리를 위해 발토시를 구해본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장날이라 장에 한 번 들어가본다. 발토시는 없고 팔토시만 있어서 신축성 좋은 제품을 하나 골라 발에 신는다. 하얀타이즈를 신은 것 같다.

 한 삽십분쯤 달렸을때 제주 월드컵경기장이 보였다.

 제주 월드컵경기장 앞 돌하르방 옆에서 기념사진

빨간헬멧, 파란져지, 분홍자전거가 혼연일체가 되어 뭔가 촌스럽다.

 석원군은 하르방을 따라하고 싶은가 보다.

 다른 각도에서 본 제주 월드컵경기장

월드컵경기장 음수대에서 물을 보충한다. 홀로 출연한 나의 나이키 물병, 환경호르몬이 나올것 같은 외관이다.

 또 업힐이다. 이젠 뭐 새롭지도 않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천지연 폭포다. 중문에서 시작된 오늘의 라이딩은 천제연-중문해수욕장-주상절리-제주컨벤션센터-아프리카박물관-제주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이제 천지연폭포로 향한다. 중문관광단지에서 서귀포로 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첫날 힘닿는데 까지 달려서 둘째날 부터는 초널널모드로 다녔다.

 

 천지연폭포로 가는길

 천지연폭포다.

 나다.

 석원군, 다리에 타이즈가 보인다.

 다리가 너무 뜨거워 쉬고 싶었다. 물이 정말 시원했다.

 

천지연 폭포에서 한참동안 발을 담그고 유유자적하고 있다보니 여행의 맛이라는 것을 잠깐 생각하게 되었다. 꼭 원대하고 큰 꿈을 갖지 않아도 이렇게 시원한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시간과 함께 흐르는 물을 보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게 진짜 마음의 여행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또 항상 일상속을 헤메이면서 일탈을 꿈꾸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나의 용기없음을 탓하면서도 미약하나마 아직 많은게 남아있다고 스스로를 위로 했다. 한적한 시간이 내 발목을 잡아 끌었지만 어렵사리 물속에서 발을 끄집어내 클릿슈즈를 다시 신고 떠난다. 천지연 폭포를 지나 이제 정방폭포로 핸들을 돌렸다. 해안에서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유일한 폭포라는 정방폭포, 십몇년전 들었던 이런 설명이 문득 생각이 났다. 점심시간을 한참 보내고 나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메뉴는 갈치조림이다.

 

 

 천지연 근처 식당에서 먹은 갈치조림, 맛있다. 천지연폭포에서 정방폭포쪽으로 길을 따라 오다보면 길 양쪽옆으로 많은 식당들이 있다. 제주도에서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고등어회와 갈치회, 갈치조림을 주메뉴로 하는 식당들인데 값은 거의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 이 갈치조림과 공기밥 두개를 추가해서 2만7천원이다.

 

 정방폭포에서 사진촬영, 오후가 되서 인지 슬슬 피로가 밀려온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8월18일 사진은 끝이다. 정방폭포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근처에 민박집을 알아보다가 적당한 곳에 짐을 풀고 이날도 하루를 마쳤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을 별로 많이 찍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동안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또 한가지 느낀게 있다면 시간에 쫒기는게 싫어서 떠난 여행인데 여행기간에 맞추려다보니 뭔가를 달성하려고 앞만 보고 달리는 고질병이 왠만해선 치료가 되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다. 여행을 여행답게, 휴식을 휴식답게 보내는 법을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

 

 

8월 18일

아침식사 10,000원

점심식사 27,000원

음료수 2,980원

총계: 39,980원(민박값은 석원군이 냈다.)

 

둘째날 이동경로(속도계고장으로 정확한 거리는 알수가 없다.)